야간 근무 끝나고 집에 들어와 습관처럼 휴대폰부터 켰다. 미국장 마감 보려고. 솔직히 요즘은 열어보기 전에 결과가 대충 예상된다. 또 올랐겠지, 또 최고치겠지. 그리고 진짜 그랬다.
현지시간 6월 1일, 그러니까 6월 첫 거래일에 나스닥은 114.19포인트(0.42%) 오른 2만7086.81로 마감했다. S&P500도 19.90포인트(0.26%) 상승한 7599.96으로 올라섰고, 다우는 46.42포인트(0.09%) 오른 5만1078.88로 강보합 마감했다. 숫자만 보면 큰 폭은 아닌데, 의미가 좀 다르다. 3대 지수가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사상 최고 행진을 나흘째 갈아치웠고, 특히 나스닥과 S&P500은 5거래일 연속 신고가다.

5거래일 연속. 매일같이 천장을 뚫는 장을 보고 있으면 처음엔 가슴이 뛰는데, 며칠 이어지니까 이상하게 무덤덤해진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작년 이맘때 이란-이스라엘 분쟁으로 증시가 출렁이던 거 생각하면 지금 분위기는 거의 딴 세상이다.
오늘 장을 끌고 간 건 결국 또 AI였다. 한 줄로 요약하면 “전쟁보다 AI”였던 셈이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이 각각 6% 넘게 급등하면서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마이크론은 요즘 거의 매주 화제다. 그리고 오늘 진짜 눈에 띈 건 따로 있었다. 영국 암(Arm) 홀딩스가 16% 폭등했는데, 엔비디아의 윈도 노트북용 RTX 스파크 슈퍼칩 기반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라서 같이 끌어올려진 거다. 하루에 16%라니, 이게 시총 큰 회사 움직임이 맞나 싶다.
배경을 좀 깔아두자면, 이 랠리의 또 다른 축은 중동 쪽 분위기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두고 잠정 합의에 가까워졌다는 소식이 며칠째 시장 심리를 떠받치고 있다. 전쟁 리스크가 빠지면서 유가도 안정세고, 그 빈자리를 AI 기대감이 꽉 채우고 있는 모양새다. 지정학 불확실성이 걷히는 국면에서 기술주가 가장 크게 웃는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본다.
다만 마냥 들뜨기엔 이번 주가 좀 무겁다. 이번 주에 미국 고용지표가 줄줄이 나온다. 고용이 너무 강하게 나오면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리고, 너무 약하게 나오면 경기 둔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어느 쪽이든 지금처럼 한 방향으로만 달리던 장에는 변수다. 5거래일 연속 신고가라는 건 뒤집어 말하면 단기 부담이 쌓였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내 계좌 얘기를 좀 하자면, 연금 쪽은 그동안 S&P500 비중이 너무 컸어서 신규 납입금으로 나스닥100 쪽을 채워가는 중인데, 이런 장에서는 솔직히 마음이 복잡하다. 더 사자니 너무 올랐고, 안 사자니 계속 오른다. 결국 정답은 늘 같다. 타이밍 재지 말고 정한 만큼 꾸준히. 머리로는 아는데 이게 제일 어렵다.
오늘 결론. 나스닥은 또 최고치, 주역은 또 AI 반도체, 그리고 이번 주는 고용지표 눈치보기. 신고가 행진은 기분 좋지만 추격매수는 한 박자 쉬어가도 늦지 않다고 본다. 일단 나는 자야겠다. 야간 끝나고 보는 신고가는 어쩐지 더 비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