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5년, 원유는 여전히 팔리는데 루블만 반토막 난 이유

러시아 제재 5년, 원유는 여전히 팔리는데 루블만 반토막 난 이유
Photo by Khristina Sergeychik on Unsplash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서 정리해봤습니다.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쿠바를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제재 강화를 시사한 최근 발언을 보면서, 경제 제재라는 도구가 여전히 외교 무기로 쓰이고 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제재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내는지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러시아를 예로 들면 더 명확합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가한 제재는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수준이었습니다. SWIFT 차단부터 원유 가격 상한제까지 동원됐지만, 러시아 원유는 여전히 팔리고 있습니다. 그럼 제재는 실패한 걸까요? 숫자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원유는 팔렸지만, 할인율이 말해주는 것

러시아는 침공 이후에도 하루 평균 7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습니다. 침공 전과 비교하면 약 10% 감소 수준입니다. 중국과 인도가 주요 구매국으로 등장하면서 수출 경로가 재편됐지만, 물량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달랐습니다. 서방이 도입한 배럴당 60달러 상한제 때문에 러시아산 우랄 원유는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15~25달러 할인된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침공 직전에는 할인폭이 5달러 안팎이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보면, 러시아 정부의 석유·가스 수입은 2,810억 달러에서 1,800억 달러로 36% 감소했습니다. 수출 물량은 유지했지만, 받는 돈이 줄어든 겁니다. 이 차액이 전쟁 자금 조달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했습니다.

SWIFT 차단이 가져온 결제망의 분절

러시아 주요 은행들은 침공 직후 SWIFT 시스템에서 퇴출됐습니다. 국제 결제망에서 사실상 고립된 겁니다. 그 결과 러시아 수출입 기업들은 중국 위안화, 인도 루피, 심지어 터키 리라로 거래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중앙은행 데이터를 보면, 대외 거래에서 달러 비중은 침공 전 85%에서 말 23%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위안화 비중은 4%에서 42%로 급증했습니다. 결제 수단이 바뀌면서 환율 리스크와 거래 비용이 동시에 증가했습니다.

“SWIFT 차단은 즉각적인 무역 중단보다는, 거래 비용을 높이고 자금 흐름을 느리게 만드는 데 효과가 있었다. 러시아는 대안을 찾았지만, 그 대가는 분명히 치르고 있다.” — 브뤼셀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루블 가치 폭락, 그런데 왜 경제는 안 무너졌나

침공 직후 루블은 달러당 150루블까지 급락했습니다. 침공 전 75루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수준입니다. 외환보유액도 6,400억 달러에서 절반 이상이 동결되면서 통화방어 능력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 경제는 예상보다 버텼습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1%까지 올리고, 자본통제를 강화하면서 루블 가치를 일시적으로 회복시켰습니다. 수출 기업들에게 외화 매각을 의무화하고, 수입을 제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숫자 뒤를 보면 다릅니다. 러시아 가계의 실질소득은 침공 이후 평균 8% 감소했고, 인플레이션율은 기준 7.4%로 중앙은행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루블 약세는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렸고, 서방 기업들의 철수로 소비재 공급망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우회로는 있지만, 비용은 계속 늘어난다

러시아는 원유를 계속 수출하기 위해 ‘그림자 선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보험 기록이 불분명하거나 선령이 오래된 유조선들을 동원해 제재를 우회합니다. 로이터 추산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를 운반하는 선박 중 약 600척이 이 범주에 속합니다.

문제는 운송 비용입니다. 정상적인 유조선 대비 운임이 20~30% 높고, 보험료는 더 비쌉니다. 게다가 유럽 항구 대신 더 먼 아시아까지 운송해야 하니 물류 비용도 증가합니다. 결국 러시아가 손에 쥐는 순수익은 더 줄어듭니다.

기술 부품 수입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도체와 정밀 기계류는 제3국을 경유해 들어오지만, 가격은 30~50% 할증됩니다. 러시아 제조업체들은 이란, 터키,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중개지로 활용하지만, 공급 안정성은 떨어집니다.

금융 고립이 장기전에 미치는 영향

단기적으로는 러시아가 버티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 효과는 다릅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침공 전 연평균 40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서방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기술 이전과 경영 노하우 유입이 끊겼습니다.

러시아 기업들의 외화 차입도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국제 자본시장에서 고립되면서 투자 재원 조달이 어려워졌고, 이는 인프라 개선과 산업 현대화에 직접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서방 기술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북극해 심해 유전 개발과 LNG 프로젝트가 중단됐습니다. 러시아 에너지부 추산으로는, 기술 제재가 지속될 경우 향후 10년간 원유 생산 잠재력이 연간 50만 배럴씩 감소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주목하는 것

러시아 사례는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다른 국가들에게 교훈을 제공했습니다. 중국은 러시아의 SWIFT 퇴출을 보며 자체 국제결제시스템 CIPS를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위안화 결제망을 확대하는 방향입니다.

중동과 남미 일부 국가들도 외환보유액 다변화에 나섰습니다.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를 늘리는 움직임이 관찰됩니다. 러시아가 외환보유액의 절반 이상을 동결당한 경험이 다른 나라들의 위험 관리 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러시아 제재는 완벽하게 작동하지도, 완전히 실패하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경제 전쟁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줬다. 즉각적인 붕괴 대신, 서서히 조여오는 압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 런던정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FAQ

러시아 제재는 결국 효과가 있었나 없었나?

러시아 경제를 즉각 붕괴시키지는 못했지만, 전쟁 자금 조달 능력을 약화시키고 장기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원유 수출은 유지됐지만 수익은 36% 감소했고, 기술 고립과 투자 중단은 향후 산업 경쟁력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왜 러시아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원유를 계속 팔 수 있었나?

중국과 인도가 대량 구매자로 나서면서 수출 경로가 재편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15~25달러 할인된 가격에 팔아야 했고, 그림자 선단을 동원한 운송 비용도 20~30% 증가했습니다. 결국 팔리긴 했지만, 러시아가 손에 쥐는 순수익은 크게 줄었습니다.

SWIFT 차단이 실제로 러시아 경제에 미친 영향은?

거래가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았지만, 결제 비용과 환율 리스크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대외 거래에서 달러 비중이 85%에서 23%로 떨어지면서 위안화, 루피 등 대체 통화로 결제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거래 비용과 환전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국제 자본시장 접근이 차단돼 외화 차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경제 제재가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다만 러시아 사례는 제재가 단기 충격보다는 장기 소진 전략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원유는 계속 팔렸지만 할인율이 늘었고, 결제는 가능했지만 비용이 증가했으며, 경제는 버텼지만 성장 잠재력은 훼손됐습니다. 쿠바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 논의도 결국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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