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어디까지 왔나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어디까지 왔나
Photo by OMAR SABRA on Unsplash

최근에 이 얘기가 계속 눈에 밟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본격화됐던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소식들입니다. 다만 이번엔 양상이 조금 다릅니다. 1차전이 관세 인상과 협상 테이블을 오가는 구도였다면, 지금은 반도체·전략자원·금융결제 시스템까지 전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2월 데이터를 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7,750억 달러로, 5년 전보다 약 18%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일본은 1조 1,0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며 최대 보유국 자리를 지켰습니다. 중국이 달러 자산을 줄이는 동시에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17개월 연속 금 매입을 이어가며 보유량을 2,260톤까지 확대했습니다.

관세 전쟁만 보면 1차전의 연장선으로 보이기 쉽지만, 실제로는 기술·자원·금융 전반에서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흐름입니다. 그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구체적 수치와 사례로 짚어보겠습니다.

관세 품목이 넓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해 단계적으로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당시 대상 품목은 약 5,700개, 총액 기준 3,600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철강·알루미늄에서 시작해 세탁기·태양광 패널·반도체 부품까지 확대됐죠. 중국 역시 보복 관세로 맞섰고, 미국산 대두·자동차·LNG에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매겼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관세는 대부분 유지됐습니다. 오히려 전기차 배터리·희토류 관련 품목에 추가 조치가 붙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8월 중국산 흑연·리튬·코발트 화합물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고, 올 1월에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4개 품목에 25% 관세 적용을 확정했습니다. 중국은 즉각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수출 허가제를 강화하며 맞대응했습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중간재 조달 경로가 복잡해졌습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에서 조달하던 배터리 음극재 일부를 일본·호주 공급선으로 전환했고, 포스코케미칼은 아르헨티나·호주에서 리튬 광산 지분 확보에 나섰습니다. 단가는 올라갔지만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겁니다.

반도체 수출통제가 실질 타격을 주고 있다

관세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기술 수출 통제입니다. 미국 상무부는 10월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전면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7나노 이하 공정에 쓰이는 EUV·DUV 노광장비, AI 학습용 고성능 GPU가 주요 대상입니다.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도 미국 압력에 따라 중국향 장비 수출을 중단했습니다.

ASML의 2분기 실적을 보면 중국 매출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46%에서 24%로 떨어졌습니다. 도쿄일렉트론 역시 중국향 매출이 29%에서 18%로 줄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속한 한국 시장 비중은 각각 8%에서 14%로, 12%에서 19%로 상승했습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장비를 구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이 생산 물량을 늘릴 여지가 생긴 겁니다.

하지만 단기 수혜와 별개로 중장기 리스크는 남습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급률 목표를 7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SMIC·YMTC 같은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YMTC는 올 상반기 128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했고, SMIC는 7나노 공정 개발을 마쳤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 한국 기업이 누리던 프리미엄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중국은 기술 독립을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시장 점유율은 일시적일 수 있어요.” — 반도체 업계 한 임원

공급망 재편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을 통해 북미 내 생산 설비 투자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TSMC는 애리조나에 400억 달러를 투입해 5나노·3나노 공정 파운드리를 짓고 있고, 삼성전자도 텍사스에 170억 달러 규모 공장을 증설 중입니다.

배터리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혼다와 합작해 오하이오·테네시에 배터리 공장 3곳을 짓고, SK온은 포드와 손잡고 켄터키·테네시에 114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모두 IRA 보조금 수혜를 염두에 둔 결정입니다. 다만 IRA는 중국산 배터리 핵심 광물 사용 비율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호주·칠레·캐나다 등으로 원재료 공급선을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중국도 자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CATL은 인도네시아·모로코에 리튬 가공 공장을 짓고, 헝가리에 유럽 첫 생산기지를 세웠습니다. BYD는 태국·브라질에 전기차 조립 공장을 열며 현지 생산 체제를 갖췄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중국 기업들이 유럽·동남아·남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겁니다.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이탈 시도가 늘었다

무역전쟁이 금융 영역으로 번지면서 달러 중심 결제 시스템에 변화 조짐이 보입니다. 중국은 러시아·사우디·브라질 등과 자국 통화 결제 협정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 자료를 보면 위안화 국제결제 비중이 3.2%까지 올라왔습니다. 여전히 달러(42.7%)와 유로(31.6%)에 비하면 작지만, 5년 전 1.8%였던 점을 감안하면 빠르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 이후 중국과의 에너지 거래 대부분을 위안화·루블화로 전환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 일부를 위안화로 결제하기 시작했고, 브라질도 중국과의 무역에서 달러 우회 결제 비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통제 카드를 꺼내들며 유조선 우회 항로를 강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결제 통화 선택지가 복잡해졌습니다. 대중국 수출 기업 중 일부는 위안화 결제 비중을 늘리며 환율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수출입 대금 중 위안화 비중이 3.1%로, 3년 전 1.9%보다 상승했습니다. 다만 미국이 주요 교역국인 기업들은 여전히 달러 결제를 선호합니다. 통화 선택이 단순히 환율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는 겁니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분기 실적 발표에서 현금 보유액이 1,89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대비 28% 증가한 수치입니다. 버핏은 주주서한에서 “지금은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역전쟁 격화와 금리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방어적 포지션을 취하는 대형 투자자가 늘어난 겁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브리지워터는 중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금·원자재 ETF 비중을 늘렸습니다. 시타델은 반도체 장비주 매수 포지션을 확대하면서도 중국 노출도가 높은 종목은 배제했습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망 재편 수혜주와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입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습니다. 국민연금은 미국 인프라·반도체 관련 자산 비중을 늘리고, 중국 부동산·소비재 섹터 비중을 줄였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은 베트남·인도 등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수혜 지역 펀드를 새로 출시했습니다. 무역전쟁이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지면서 투자 지도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겁니다.

“단기 변동성보다 중장기 구조 변화에 집중해야 합니다. 공급망 재편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됐어요.” — 글로벌 자산운용사 애널리스트

한국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 기업들은 양자택일 압박을 받습니다.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이 미국과 중국 시장 모두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투자를 늘리면서도 중국 내 낸드 생산라인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수출통제 예외 승인을 받아 중국 우시 공장을 계속 가동 중입니다. 양쪽 시장을 모두 놓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입니다.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 생산 확대와 동시에 유럽·동남아 거점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인도네시아에 생산기지를 늘렸고,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을 증설했습니다.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되, 미국 일변도 전략도 피하겠다는 겁니다.

중소·중견 기업은 선택지가 더 좁습니다. 대기업처럼 글로벌 거점을 다변화할 자본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기업은 베트남·멕시코에 조립 공정을 이전하며 우회 수출 경로를 확보했지만, 원가 상승과 품질 관리 문제를 겪고 except습니다. 정부 차원의 리쇼어링 지원책·FTA 활용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1차전과 다른 점은?

1차전은 관세 인상과 협상이 반복되는 구도였지만, 2라운드는 반도체·배터리·희토류 등 기술·자원 영역까지 확대됐습니다. 수출통제와 보조금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공급망 재편이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반도체·배터리 분야에서 단기 수혜를 보는 기업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양자택일 압박과 원가 상승 리스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북미·유럽·동남아로 생산 거점을 분산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자본 부담이 큽니다.

달러 결제 이탈 시도가 실제로 영향을 줄까?

위안화 국제결제 비중은 여전히 3% 수준으로 달러(42%)에 비하면 미미합니다. 하지만 러시아·사우디·브라질 등 일부 국가와의 거래에서 달러 우회 결제가 늘고 있어, 장기적으로 달러 패권에 점진적 균열 가능성은 있습니다.

무역전쟁 2라운드는 관세 숫자 싸움을 넘어 기술 패권·자원 확보·금융 시스템 재편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그 사이에서 북미·유럽·동남아로 생산 거점을 분산하며 리스크를 나누고 있지만, 비용 증가와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어느 쪽으로 무게중심이 더 기울지, 그 방향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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